“이익이 18배 뛴다”…삼성전자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약 18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 영업이익은 약 86조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7천억 원이었다. 전망대로라면 불과 1년 만에 이익 규모가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다만 86조 원은 아직 삼성전자가 발표한 확정 실적이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30명의 애널리스트 전망을 종합한 예상치다. 실제 숫자는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 이후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단순히 숫자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고대역폭메모리,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서갔고, 세계 최대 메모리 기업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런데 HBM 경쟁에서 밀렸다는 삼성전자의 이익은 어떻게 1년 만에 18배 늘어날 수 있을까. 답은 HBM 하나에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오랫동안 평범한 반도체라고 생각했던 DRAM과 NAND에서 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I 경쟁이 시작됐을 때 시장의 관심은 엔비디아의 GPU와 HBM에 집중됐다. 거대한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가장 빠른 연산장치와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학습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로 확산되면서 필요한 반도체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AI 서비스는 사용자의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를 불러오고 저장한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서버용 DRAM과 데이터를 보관할 NAND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AI가 HBM만 사용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변화가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RAM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분기보다 44%, NAND는 53%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회사의 이익에서 가격은 결정적이다. 이미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이 오르면 매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반도체를 팔아도 몇 달 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기록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의 가장 비싸고 빠르게 성장하는 메모리를 먼저 잡았다. 삼성전자는 훨씬 넓은 메모리 시장을 가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일반 서버용 DRAM과 저장장치용 NAND까지 부족해진다면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이번 18배 증가 전망에서 봐야 할 핵심도 이것이다. 삼성전자가 갑자기 모든 기술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다. AI가 사용하는 반도체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삼성전자가 강한 시장까지 호황이 번진 것이다. 여기에 공급 부족이 가격을 더 밀어 올리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한정된 생산능력을 HBM과 고성능 AI 메모리에 우선 배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장에서 HBM을 더 많이 만들수록 다른 메모리를 생산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AI용 고성능 메모리에 투자가 집중되는 동안 일반 DRAM과 NAND의 공급은 빠르게 늘어나지 못했다.

반면 수요는 계속 증가했다.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AI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서버 한 대가 필요로 하는 메모리와 저장공간도 커지고 있다. 결국 AI가 HBM 수요를 늘렸고, HBM 중심의 생산 전략이 다른 메모리의 공급을 제한했으며, 그 결과 DRAM과 NAND 가격까지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는 바로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따라잡았다고 볼 수 있을까. 아직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 실적 전망은 삼성전자의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뜻이 아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우위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가진 제품을 누가 주도하느냐는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사업도 별개의 문제다. 메모리에서 막대한 돈을 벌더라도 다른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실적을 볼 때는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실제로 회복된 것인가. 아니면 시장이 삼성전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 것인가. 삼성전자가 HBM 경쟁력을 높이고 주요 AI 기업에 공급을 확대한다면 기술적 회복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이익 증가의 대부분이 DRAM과 NAND 가격 급등에서 나온다면 지금의 기록은 삼성전자의 기술적 반전보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힘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메모리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수요가 늘면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공급이 충분해지면 가격이 떨어지고 높은 이익도 빠르게 줄어든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을 여러 번 겪었다. 지금의 높은 가격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AI 기업들의 투자와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확대 속도에 달려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수도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동시에 생산능력을 늘리면 몇 년 뒤 공급 과잉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2026년의 기록적인 이익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출발점인지, 거대한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만든 정점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또 하나의 역설도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스마트폰 사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파는 회사인 동시에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다. 부품 가격이 오르면 갤럭시를 만드는 비용도 올라간다.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호황이 다른 사업에서는 원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이것이 삼성전자를 단순한 반도체 회사처럼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18배 증가 전망이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AI 열풍의 돈이 이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엔비디아의 GPU에 집중됐다. 그다음에는 SK하이닉스의 HBM으로 번졌다. 이제는 일반 DRAM과 NAND의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AI 산업이 몇몇 특별한 반도체만 성장시키는 단계를 넘어 메모리 시장 전체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가 계속된다면 가장 많은 종류의 메모리를 가장 큰 규모로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다시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은 86조 원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그 이익이 어디서 나왔는가. HBM 경쟁력이 실제로 회복된 것인가. 아니면 메모리 부족과 가격 상승이 만들어준 것인가. 이 질문에 따라 삼성전자의 18배 증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세계 최대 메모리 기업의 귀환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적인 반도체 호황이 만든 거대한 숫자다. 삼성전자는 지금 그 두 가능성 사이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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