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돈 시장이 오늘부터 잠들지 않는다…원화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국 외환시장이 7월 6일부터 24시간 거래 체제로 들어갔다. 월요일 오전 6시에 문을 열면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원화와 달러가 중단 없이 거래된다. 한국의 외환시장이 사실상 밤에도 잠들지 않는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원·달러 시장은 평일 오전 9시에 열려 오후 3시 30분이면 문을 닫았다. 2024년 거래시간이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연장됐고, 이번에는 남아 있던 새벽 시간까지 열렸다.

정부는 이를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런 질문이 먼저 생긴다. 외환시장이 밤새 문을 연다고 내 생활에 무엇이 달라지는가. 은행 앱에서 달러를 환전하는 시간과 외환시장이 실제로 열려 있는 시간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밤에 환전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고 해서, 그 시간에 국내 원·달러 시장에서 은행들이 실시간으로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 시장이 닫힌 새벽 시간에는 뉴욕과 유럽에서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금리 결정이 나올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전쟁이나 금융위기가 터질 수도 있다. 미국 증시가 급락하거나 국제 유가가 크게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원·달러 현물시장이 닫혀 있으면 이런 충격은 서울 시장에서 즉시 거래되지 못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 NDF 시장에서 원화의 방향을 먼저 거래했다. 그리고 다음 날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면 밤사이 쌓인 충격이 한꺼번에 반영됐다. 아침에 환율이 전날 종가와 크게 벌어진 채 시작하는 이른바 ‘갭 변동’이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다.

24시간 거래는 이 구조를 바꾼다. 미국에서 중요한 경제지표가 발표되거나 연방준비제도의 결정이 나왔을 때 서울의 원·달러 시장도 열려 있다. 해외 투자자와 국내 금융기관은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수출기업에도 변화가 생긴다. 미국에서 밤사이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해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고 가정해보자. 과거에는 국내 시장이 다시 열릴 때까지 기다리거나 제한된 방법으로 위험을 관리해야 했다. 이제는 야간에도 서울 외환시장의 실제 환율로 달러를 사고팔 수 있다. 해외에서 대규모 거래를 하는 기업이 환율 변화를 몇 시간 동안 지켜보기만 하지 않고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에게도 간접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개인 투자자가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거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권사와 은행은 고객의 해외주식 거래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고 환율 위험을 관리한다. 미국 증시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에 국내 원·달러 시장도 함께 열리면 금융회사가 환율 위험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쉬워진다. 다만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이 곧바로 개인의 환전 수수료를 낮추거나 모든 은행이 밤새 같은 조건으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이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는 은행과 증권사가 새로운 시장 환경을 서비스에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더 크게 보고 있는 것은 해외 투자자다. 세계의 거대한 자금은 24시간 움직인다. 뉴욕의 펀드매니저가 한국 주식을 사고 싶어도 원화를 구하기 불편하다면 한국 시장의 매력은 떨어진다. 한국의 밤이 미국의 낮인데, 정작 원화를 가장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는 국내 시장이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장벽을 없애려 한다. 해외 투자자가 자신이 활동하는 시간에 원화를 사고팔 수 있게 만들고, 한국 주식과 채권에 들어오는 과정도 더 편리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더 큰 목표가 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규모와 기업을 가지고 있지만 MSCI 분류에서는 여전히 신흥시장에 속해 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거래의 불편함과 시장 접근성을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해왔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다. 만약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의 일부가 한국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24시간 거래는 환율을 더 안정시킬까. 정부와 시장이 기대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해외 금융기관의 참여가 늘면 원화를 사고파는 사람이 많아진다. 시장에 충분한 거래가 있다면 큰 주문 하나가 환율을 움직이는 힘은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연장한 뒤, 밤사이 충격이 다음 날 아침 한꺼번에 반영되는 현상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24시간 개장이 무조건 환율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새벽 시간의 거래량이다. 시장 문은 열려 있어도 거래하려는 사람이 적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래량이 적은 시간에는 비교적 작은 주문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얇은 새벽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빠르게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원화는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전쟁이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달러를 찾고 원화를 파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서울 시장이 닫혀 있던 시간에 발생한 충격이 이제 국내 환율에 실시간으로 반영될 수 있다. 아침의 갑작스러운 충격은 줄어들 수 있지만, 밤중의 움직임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은행들도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외환시장이 24시간 열린다는 것은 시스템도 24시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야간 거래를 감시하고 오류와 이상 거래에 대응해야 하며, 해외에서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위험을 관리할 체계도 필요하다. 실제로 첫날부터 시장에서는 은행의 야간 인력과 시스템 운영 능력이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 변화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시장을 오래 여는 것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새벽에도 충분한 거래가 이뤄지는가. 해외 금융기관이 실제로 들어오는가. 기업이 야간 시장을 환율 위험 관리에 사용하는가. 그리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장이 큰 충격 없이 작동하는가.

이것이 더 중요하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은 원화가 갑자기 달러나 유로처럼 세계적인 통화가 됐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원화가 세계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는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돈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비해 닫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문은 열렸다. 다음 질문은 누가 그 문으로 들어오느냐다. 해외 자금이 늘고 거래가 깊어진다면 원화는 더 안정적인 통화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새벽 시장의 거래가 부족한 상태에서 외부 충격만 빠르게 들어온다면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7월 6일 시작된 24시간 거래의 진짜 성적표는 오늘의 환율로 판단할 수 없다. 앞으로 세계 시장이 흔들리는 밤, 원화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 한국 돈 시장은 이제 잠들지 않는다. 하지만 밤새 문을 여는 것과 세계가 그 시장을 찾아오는 것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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