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다시 흔들렸다…기름값 급등이 한국 물가를 덮치는 순서

국제유가가 다시 크게 뛰었다. 브렌트유는 7월 17일 하루에만 4.6% 오르며 배럴당 88.10달러에 마감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도 82.49달러까지 상승했다. 두 유종 모두 한 주 동안 약 16%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된 데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의 원유 수송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덮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중동의 충돌이지만 이번 사태는 국내 가계와 무관하지 않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주유소 가격이 움직이고, 그다음 운송비와 제품 생산비가 상승한다. 시간이 지나면 식료품과 배달비, 항공권, 전기·가스요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름값이 물가를 덮치는 과정은 한 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곳곳으로 순서대로 번진다.

첫 번째로 체감되는 것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휘발유와 경유로 판매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기존에 들여온 원유 재고와 환율, 정제마진이 있기 때문에 주유소 가격이 바로 같은 폭으로 뛰지는 않는다. 하지만 높은 유가가 이어지면 통상 몇 주간의 시차를 두고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특히 원·달러 환율까지 함께 오르면 같은 원유를 사는 데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져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출퇴근에 자동차를 사용하는 A씨가 한 달에 휘발유 100리터를 소비한다고 가정해 보자. 리터당 가격이 100원만 올라도 매달 1만원이 추가된다. 한 가구의 부담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화물차와 택배차량, 버스, 농기계처럼 연료 사용량이 많은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운송업체의 비용이 늘어나면 이 부담은 배송료와 제품가격에 나뉘어 반영된다. 소비자는 주유소뿐 아니라 마트와 온라인 쇼핑에서도 유가 상승의 영향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식료품값이다. 농산물은 재배와 수확 과정에서 농기계 연료를 사용하고, 냉장·냉동차를 통해 소비지로 운송된다. 수입 식품은 선박 운임과 항공 운임의 영향도 받는다. 여기에 호르무즈해협은 원유만 지나가는 길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세계 해상 원유·석유제품 거래량의 약 25%가 이 해협을 통과하며, 이 가운데 약 80%가 아시아로 향한다. 전 세계 요소 거래량의 30% 이상과 암모니아·인산염 거래량의 약 20%도 이 지역을 지난다. 요소와 암모니아는 비료 생산에 사용되기 때문에 운송 차질이 길어지면 농업 생산비와 식품가격에도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세 번째는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이다. 석유는 자동차 연료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포장재, 화학제품을 만드는 원료이기도 하다. 유가가 오르면 페트병과 비닐 포장, 의류 원단, 생활용품의 생산비가 함께 상승할 수 있다. 기업은 처음에는 이익을 줄여 비용을 흡수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항공사와 해운사의 연료비 부담은 항공권과 물류비로 이어지고, 자영업자는 식재료비와 배달비 상승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네 번째는 전기와 가스요금이다. 한국의 전력 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중동의 충돌은 원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 공급에도 영향을 준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LNG는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에 해당하며, 원유와 달리 해협을 우회할 현실적인 수송로도 거의 없다. LNG 가격이 오르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연료비 부담이 커진다. 정부가 당장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비용이 누적되면 나중에 요금 조정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렇다고 국제유가가 곧바로 폭등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둔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비중동 산유국이 생산을 늘리면 공급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들이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도 단기적인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일부 원유를 홍해와 푸자이라항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여유 수송 능력은 하루 350만~550만 배럴 정도로, 평소 해협을 통과하는 약 2,000만 배럴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제유가의 하루 등락보다 충돌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가다. 일시적인 긴장으로 끝나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유조선 운항과 보험료가 장기간 불안해지고 홍해까지 위험해지면 원유 자체의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위험 부담금이 함께 올라간다. 이 경우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다른 나라보다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

가계가 지금부터 휘발유나 생필품을 사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동차 사용이 많은 가정은 유가와 원·달러 환율을 함께 살펴보고, 고정적인 이동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는 원재료비뿐 아니라 포장재와 배달비 변화를 점검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의 위기는 중동에서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주유소 가격에서 시작해 운송비와 식료품값을 거쳐 공공요금으로 이동하는, 한국 가계의 생활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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