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했다…한국과 격차 벌어지나

일본이 가상자산을 결제수단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다루는 제도 전환에 나섰다. 일본 의회는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지정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이 주로 자금결제법의 적용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전통적인 증권시장에 가까운 투자자 보호 원칙이 적용된다.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가상자산을 금융시장 안에서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바꾼 결정이다.

로이터가 7월 15일 NHK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개정 제도는 공포와 후속 정비를 거쳐 1년 안에 시행될 전망이다. 금융자산으로 분류된 가상자산에는 내부자거래 규제가 강화되고, 등록하지 않은 채 관련 영업을 하는 사업자에 대한 처벌도 무거워진다. 투자자는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상품과 비슷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지만, 사업자에게는 더 엄격한 공시와 영업행위 기준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자금결제법 중심의 규율은 가상자산을 송금이나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 전자적 가치로 보는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거래소 등록, 고객자산 분리 보관, 자금세탁 방지와 시스템 보안 등이 규제의 중심이었다. 반면 금융자산으로 바라보면 규제의 질문이 달라진다.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지를 넘어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있었는지, 가격 형성 과정이 공정했는지까지 감독 대상이 확대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내부자거래 규제를 적용하는 일은 주식시장보다 복잡하다. 상장주식은 발행회사와 주요 주주, 임직원처럼 내부자의 범위를 비교적 명확하게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재단과 개발자, 거래소, 시장조성자, 대규모 보유자, 검증인 등 여러 참여자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거래소 상장이나 상장폐지,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토큰 추가 발행, 해킹 사고처럼 가격을 크게 움직이는 정보도 다양하다.

따라서 일본이 실제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누가 내부자이고 어떤 정보가 중요정보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개발자가 공개 전인 기술 변경 정보를 이용해 거래하거나, 거래소 관계자가 상장 예정 정보를 미리 알고 매수하는 행위, 재단이 대규모 토큰 매각 계획을 알리지 않은 채 시장에서 처분하는 행위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기준이 명확해지면 개인투자자는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블록체인 개발과 유동성 공급 활동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다.

두 번째 변화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기존 금융회사의 참여 가능성이다. 가상자산이 금융자산으로 자리 잡으면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법적 경로가 넓어질 수 있다. 가상자산 수탁, 중개, 투자자문, 신탁, 펀드와 상장지수상품 같은 사업이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규제의 불확실성이 낮아지면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쉬워지고 거래소에 집중됐던 산업구조도 금융회사와 전문 수탁기관 중심으로 다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융자산 지정이 곧바로 은행 판매나 가상자산 ETF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의 업무 범위와 자본규제, 소비자 보호, 회계처리, 수탁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이 큰 방향을 정했더라도 실제 시장이 바뀌려면 시행령과 감독지침, 거래소 규정이 뒤따라야 한다. 투자자는 이번 결정을 모든 가상자산에 정부가 안전성을 보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세 번째 관심사는 세금이다. 일본의 가상자산 투자이익은 그동안 주식이나 펀드보다 불리한 세제 때문에 시장 성장의 장애물로 지적돼 왔다. 이전 개편 논의에서는 가상자산 이익에 적용될 수 있는 최고 55% 수준의 종합과세를 주식과 비슷한 20% 분리과세 체계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금융자산 분류와 세율 인하는 서로 연결된 정책일 수 있어도 동일한 결정은 아니다. 이번 법 개정만으로 세율 변경이 모두 확정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며, 세법 개정과 시행 시점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금융자산 편입이 투자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다. 공시와 불공정거래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거래소와 발행 주체의 준법 비용도 증가한다. 규모가 작은 사업자는 새로운 기준을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고,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미등록 영업에 대한 처벌 강화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데 필요하지만 해외 탈중앙화 서비스에 일본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탈중앙화금융 서비스는 운영 주체와 소재지가 불분명하고, 개인 지갑끼리 직접 거래할 수 있어 기존 금융업 등록제만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일본 이용자가 해외 플랫폼을 사용하거나 별도의 중앙 운영자가 없는 프로토콜에서 거래할 경우 어느 국가의 법을 적용할지도 논란이 된다. 규제가 국내 사업자에게만 강하게 적용되면 이용자가 감독 밖에 있는 해외 서비스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변화가 한국에 중요한 이유는 한·일 양국이 비슷한 시기에 가상자산 제도화를 추진하면서도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해 고객 예치금과 자산 보관,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처벌 체계를 먼저 마련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과 발행·유통 규율, 사업자 업무 범위, 스테이블코인, 법인의 시장 참여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미공개정보 이용을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보다 투자자 보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차이는 가상자산을 기존 금융시장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편입할 것인지에 있다. 일본의 금융자산 지정은 증권 규제의 틀을 가상자산에 적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이 별도의 디지털자산 체계를 구축하는 동안 일본은 기존 금융법과 금융회사 인프라를 활용해 시장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선택이 성공한다면 글로벌 거래소와 수탁회사, 자산운용사는 아시아 사업 거점으로 일본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엔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투자상품, 은행의 블록체인 결제 실험이 함께 진행되면 거래와 보관, 결제, 투자상품을 연결하는 제도권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한국이 법률의 기본 구조와 사업 허용 범위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기업과 전문인력이 규정이 더 명확한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일본의 법 개정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도 성급하다. 후속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세제 개편이 지연되면 이름만 금융자산으로 바뀌고 거래 수요는 해외에 머물 수 있다. 내부자거래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면 감독기관과 업계의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도 있다. 시장의 평가는 법률 통과 자체보다 시행 이후 어떤 상품이 허용되고 금융회사가 실제로 참여하는지를 통해 내려질 것이다.

국내 투자자가 주목할 지점도 비트코인 가격의 단기 반응이 아니다. 일본이 내부자의 범위와 중요정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가상자산 ETF와 금융회사 판매를 허용하는지, 세율을 주식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하는지, 해외 사업자와 탈중앙화 서비스를 어떻게 감독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기준들은 향후 한국의 디지털자산 법제와 산업정책에도 비교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했다는 것은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위험을 금융시장의 규칙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제 경쟁의 기준은 어느 나라가 규제를 적게 하느냐가 아니라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합법적인 상품과 사업의 길을 얼마나 명확하게 열어 주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법률의 명칭보다 후속 규정의 속도, 금융회사의 실제 참여, 세제와 시장 인프라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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