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한 40만명…2027년 기초연금 문 열리나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됐던 저소득 노인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릴 전망이다. 정부가 공무원·군인·사학·우체국 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기초연금 대상에서 일괄 제외하는 현행 제도를 소득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내 입법을 마치고 2027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어떤 연금에 가입했는지가 아니라 현재 생활 형편이 어떤지를 따져 기초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행 기초연금법에서는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매달 받는 연금액이 적거나 퇴직할 때 받은 일시금을 이미 생활비로 소진했더라도 직역연금 가입 이력이 있으면 기초연금을 받기 어렵다.

국민연금 가입자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선명해진다. 국민연금을 매달 받고 있어도 소득인정액이 정부가 정한 기준보다 낮으면 기초연금을 함께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는 실제 소득이 훨씬 적더라도 가입 이력 때문에 배제된다. 같은 소득 수준의 노인인데도 과거 가입했던 연금 종류에 따라 기초연금 수급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소득인정액이 기초연금 선정기준액보다 낮으면서도 직역연금 수급자 또는 그 배우자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은 약 40만3000명이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원, 부부가구 월 395만2000원이다. 이 금액보다 소득인정액이 적더라도 직역연금과 연결돼 있으면 현재는 기초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나 연금만으로 수급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은 근로소득과 연금소득, 사업소득뿐 아니라 부동산·예금·주식·자동차 등 보유재산을 일정한 방식으로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까지 합산한다. 직역연금 수급자에게 기초연금의 문이 열리더라도 선정기준액 이하에 해당하는지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퇴직 공무원 A씨가 매달 90만원의 연금을 받고 별다른 근로소득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배우자 역시 소득이 없고 거주하는 소형 주택 외에 큰 금융자산도 없다면 실제 생활은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에서는 A씨가 공무원연금 수급자라는 이유로, 배우자까지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가 소득 중심으로 바뀌면 A씨 부부도 재산을 환산한 소득인정액이 기준 이하일 경우 기초연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직역연금을 받으면서도 월 수령액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저연금 수급자는 공무원·사학·군인·우체국 연금을 합쳐 1만3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퇴직 당시 연금 대신 일시금을 선택했다가 병원비나 생활비, 자녀 지원 등에 사용한 사람도 있다. 직역연금에 가입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모두 같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직역연금 수급자가 처음부터 기초연금에서 제외됐던 것은 아니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을 때는 지급 대상에 포함됐지만, 2014년 기초연금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직역연금 급여가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당시에는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직역연금 수급자라고 해서 모두 충분한 연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재직 기간이 짧거나 낮은 직급에서 퇴직한 경우, 유족연금만 받는 경우에는 수령액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수급자의 배우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직역연금을 받지 않는데도 배우자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 평균적인 직역연금 급여만 보고 개별 가구의 빈곤 상태를 판단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도 직역연금 가입 이력만으로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역연금 수급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라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소득 하위 노인을 지원한다는 제도 취지에 더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정부도 2026년 하반기 관련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대상 범위를 조율할 예정이다.

반론도 있다. 직역연금은 국민연금보다 사용자 또는 국가가 부담하는 보험료 비중이 크고, 평균 수령액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수급자에게 세금으로 마련하는 기초연금까지 지급하면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초연금 대상이 늘어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고,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증가한다.

특히 약 40만3000명은 소득 기준만을 적용했을 때 산출한 잠재적 규모다. 이들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이 지급된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직역연금액에 따라 지급액을 감액하거나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부부가 모두 수급 대상인 경우 적용되는 부부 감액과 소득역전 방지 감액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정해져야 한다.

제도 개편이 직역연금 수급자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는 기초연금의 성격을 다시 정하는 작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을 과거 어떤 연금에 가입했는지에 따라 주는 제도로 볼 것인지, 현재 소득과 재산이 부족한 노인의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로 볼 것인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가입 이력보다 실제 생활 형편을 우선하면 형평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대상 확대에 필요한 재원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당사자가 지금 당장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연내 법률 개정과 2027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급 대상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직역연금 수급자는 관련 보도를 보고 미리 수급 대상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최종 법률과 시행 시기를 확인해야 한다.

제도가 시행된다면 신청 절차도 중요하다. 기초연금은 조건을 충족한다고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나 대리인이 신청해야 하는 제도다. 주소지 행정복지센터나 국민연금공단 등을 통해 신청하고, 가구의 소득과 재산 조사를 거쳐 수급 여부가 결정된다. 과거 직역연금 때문에 신청을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제도 변경 이후 다시 대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택과 예금 등 보유재산이 소득인정액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재산을 숨기거나 급하게 처분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과 배우자의 연금액, 금융자산, 부동산, 자동차, 부채 자료를 정리해 두면 향후 상담과 신청이 수월해진다. 퇴직 때 일시금을 선택한 사람은 현재 일시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와 다른 소득이 있는지도 심사에 반영될 수 있다.

이번 개편은 ‘연금을 받는 사람은 노후가 안정적이다’라는 오래된 전제를 현실에 맞게 고치는 과정이다. 직역연금 수급자 중에도 생활비와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노인이 있고, 수급자의 배우자는 별도의 노후소득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직역연금 수급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도 제도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연금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소득과 재산을 얼마나 정밀하게 반영하느냐에 있다. 40만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지만 지급 기준과 재정 대책이 분명하지 않으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법안 통과 여부, 배우자를 포함한 대상 범위, 직역연금액에 따른 감액 기준,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이다. 2027년 기초연금의 문이 실제로 열릴지는 이 네 가지 기준이 어떻게 설계되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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