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제자리 와도 내 돈은 안 돌아온다…‘ETF 아버지’가 투자 중단을 외친 이유

직장인 A씨가 한 종목의 상승을 확신하고 ‘2배 레버리지 ETF’를 샀다고 해보자. 주가가 10% 떨어졌다가 다시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다면 A씨도 본전을 회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계좌를 열어보면 ETF는 여전히 손실이다. 수수료 때문만이 아니다. 이 상품은 주가의 장기 수익률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따라가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해 ‘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 투자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관련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회사의 대표가 투자 중단을 호소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해당 글은 이후 삭제됐지만 경고의 내용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배 대표가 공개한 실제 성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5월 27일부터 7월 16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17.9% 하락했다. 단순히 두 배를 적용하면 레버리지 ETF의 손실은 35.8%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제 손실률은 47.5%에 달했다. 예상보다 11.7%포인트를 더 잃은 것이다.

많은 투자자는 ‘2배 상품’을 주가가 10% 오르면 20% 오르고, 20% 떨어지면 40% 떨어지는 상품으로 이해한다. 하루만 놓고 보면 대체로 맞다. 문제는 이 계산이 매일 새로 시작된다는 데 있다.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리 효과가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100만원으로 간단히 계산해보자. 어떤 주식이 첫날 10% 올라 110만원이 됐다가 다음 날 9.09% 하락하면 다시 약 100만원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2배 레버리지 ETF는 첫날 20% 올라 120만원이 되고, 다음 날 18.18% 떨어져 약 98만2천원이 된다. 원래 주가는 제자리지만 ETF 투자자는 약 1만8천원을 잃는다.

등락 폭과 반복 횟수가 커지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특히 하루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단일 종목에 2배 구조를 붙이면 변동성에 따른 손실이 빠르게 누적될 수 있다. 이것을 흔히 ‘음의 복리 효과’ 또는 ‘변동성 손실’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지수 ETF와도 성격이 다르다. 코스피200이나 미국 S&P500 ETF는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해 한 회사의 급락 위험을 줄인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한 기업에 투자 위험을 집중한 상태에서 수익과 손실의 움직임을 두 배로 키운다. ETF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등을 기대한 개인 자금이 빠르게 몰렸다. 주식 한 종목을 직접 사는 것보다 두 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은 간단하고 강력했다. 하지만 ‘하루 수익률의 두 배’라는 핵심 조건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도 두 배’라는 홍보 문구가 더 쉽게 받아들여졌다.

이 상품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특정 종목의 단기 방향을 정확히 맞힌 투자자에게는 적은 돈으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일반 주식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투자 선택권과 상품 다양성을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단기 매매용 상품을 장기투자 상품처럼 보유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 결국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이 맞더라도, 그 과정에서 주가가 심하게 출렁이면 레버리지 ETF는 원래 가격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 ‘회사를 맞혔는데 상품 선택 때문에 돈을 잃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제동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ETF와 ETN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금지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와 추가 매수에 필요한 기본예탁금은 1천만원에서 현금 3천만원으로 높인다.

사전교육도 기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나고,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다시 교육받아야 한다. 매매 단위는 1좌에서 20좌로 확대되며 유동성공급자의 괴리율 관리 기준도 강화된다. 상품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지만 투자자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쉽게 뛰어드는 것은 막겠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는 이미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신호다. 규제가 강화됐다고 기존 상품이 바로 상장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막았으니 가격이 곧 반등할 것이라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상품의 손익은 규제보다 기초 주가의 일별 움직임과 시장 변동성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종목명보다 상품설명서다. 이름에 ‘레버리지’, ‘2X’, ‘인버스’가 들어 있는지, 추종 목표가 하루 수익률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내가 산 ETF의 손실률과 실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의 하락률도 비교해야 한다. 차이가 예상보다 크다면 변동성 손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증권계좌에서 보유 상품의 정확한 이름과 수익률을 확인하고, 이번 주에는 투자설명서의 일일 재조정과 위험 문구를 읽어봐야 한다. 이번 달에는 단순히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보유 기간을 늘리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매도나 보유를 일률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손실 감당 범위와 투자 목적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가장 큰 함정은 주가 전망이 틀렸을 때만 손실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가의 방향을 맞혀도 그 과정이 심하게 흔들리면 돈을 잃을 수 있다. “주가가 언젠가 돌아오면 내 원금도 돌아오겠지”라는 믿음이 이 상품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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