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10억 달러 넘게 벌었던 회사가, 올해는 82억 달러를 잃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얘기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이 회사는 82억 달러, 원화로 약 11조 7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의 원인은 명확하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사들여 보유하는 것 자체가 사업 모델인 회사다. 회계 기준상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시가로 평가되는데, 지난 2분기 말 비트코인 가격이 1년 전보다 40% 이상 낮아지면서 보유 자산의 장부가치가 크게 줄었다. 순손실 82억 달러 중 83억 2000만 달러가 이 미실현 평가손실에서 나왔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대량 처분해서 발생한 손실이 아니라, 가격이 떨어진 만큼 장부에 손실로 잡힌 것이다.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상황이 더 선명해진다. 스트래티지는 올해 2분기에도 비트코인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 보유량을 11% 늘려 한때 84만 6000개까지 확대했다가, 일부를 매각하며 84만 3775개로 조정했다. 이 비트코인의 누적 매입 비용은 637억 달러인데, 현재 시세 기준 평가 가치는 약 548억 달러다. 산 가격보다 89억 달러어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돈의 흐름을 보면 이 회사가 손실을 어떻게 버티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스트래티지는 올해 시장가 주식 발행으로 170억 6000만 달러를 조달했고, 전환사채 15억 달러어치를 8% 할인된 가격에 되사들였다. 우선주 배당과 이자를 안정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달러 현금 37억 5000만 달러도 별도로 확보해뒀다. 앤드루 캉 최고재무책임자는 이 현금이 “기존 우선주 배당금과 이자 의무를 2년 이상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가 지금 겪는 상황은 비트코인에 레버리지를 걸고 베팅한 투자자가 마주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회사 가치도 함께 뛰지만, 반대로 떨어지면 손실도 그만큼 커진다. 실제로 스트래티지 주가는 지난 1년간 75% 하락해, 같은 기간 비트코인 하락폭(45%)보다 훨씬 크게 떨어졌다. 비트코인에 빚까지 얹어 투자한 구조이다 보니 하락장에서 충격이 배로 나타난 셈이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이사회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전략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 시장 심리가 위축된 지금도 ‘디지털 크레딧’이라는 새로운 자산군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략이 정당화되려면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큰 폭으로 반등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금 확인해둘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스트래티지가 보유 현금으로 우선주 배당과 이자를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 다른 하나는 비트코인 가격이 회사의 평균 매입단가 근처까지 회복하는지다.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관련 주식으로 간접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이 회사의 다음 분기 실적이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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