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부터 업비트나 빗썸에서 해외로 비트코인을 보내면, 그 내역이 고스란히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찍힌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것만 감시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코인이 국경을 넘는 순간까지 정부가 들여다보게 된다.
시작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다. 재정경제부는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했고, 6월 2일 공포된 뒤 정확히 6개월이 지난 12월 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해외로 가상자산을 옮기는 업무를 하는 거래소나 사업자는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미리 등록해야 하고, 등록한 뒤에는 국경을 넘나든 코인 거래 내역을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그대로 보고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규제를 만든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정확히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움직이는 돈이다. 외국환은행 창구를 거치지 않고 두 나라의 가상자산 지갑끼리 코인을 주고받으면, 국경 간 송금을 사실상 아무런 신고 없이 끝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관계 기관이 함께 꾸린 범정부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은 6000억원대 규모의 불법 외환거래를 한꺼번에 적발했는데, 그중에는 중고차와 부품 수출대금 약 2000억원을 해외 무역상에게서 가상자산으로 받은 뒤 국내 수출업체에 원화로 바꿔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은행 전산망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 이른바 코인 환치기다.
이번 개정으로 정부가 모으는 정보는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까지 넘어간다. 탈세나 밀수,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잡아내는 데 쓰기 위해서다. 사실 해외 가상자산 보유량을 신고하는 체계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번에 새로 생기는 것은 보유가 아니라 이전, 즉 코인이 실제로 국경을 넘어가는 그 순간을 잡아내는 장치다. 보유 신고와 이전 보고가 맞물리면서 감시망은 한 단계 더 촘촘해진다. 등록하지 않고 국경 간 이전 업무를 하거나 등록 후 보고와 검사에 응하지 않는 사업자에게는 기존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비슷한 수준의 제재가 붙는다.
정작 논란이 되는 지점은 보고 기준선이다. 시행령 개정안 원안에는 1000만원 이상 거래를 보고 대상으로 삼는 안이 담겼는데, 업계에서는 이 금액 기준 자체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특정 금액을 딱 정해두고 그 이상을 전부 의심 거래로 보는 나라가 거의 없고, 대신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이상 거래를 관리하도록 맡기는 방식이 더 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준이 낮게 잡히면 정상적인 기업 간 거래까지 위축될 수 있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법인을 거쳐 거래하는 식으로 국내 거래소를 우회하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이 법으로 개인이 당장 발이 묶이는 것은 아니다. 보고 의무는 개인이 아니라 거래소 같은 사업자에게 지워진다. 다만 업비트나 빗썸에서 해외 지갑으로 코인을 옮기는 절차 자체는 지금보다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가 등록 요건을 갖추는 과정에서 송금 한도나 본인 확인 절차를 손볼 수 있어서다. 등록 준비에는 외환정보집중기관과의 전산망 연결, 보고 체계 구축, 내부통제 정비까지 걸려 있어 거래소 입장에서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12월이 다가올수록 각 거래소가 이 의무를 어떤 방식으로 이행하는지, 실제 해외 송금 절차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부터 확인해두는 게 순서다. 해외 지갑으로 자주 코인을 옮기는 사람이라면 거래소 공지사항을 미리 챙겨보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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