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문턱서 돌아온 홈플러스…그런데 내 환불은 정말 안전할까

홈플러스에서 냉장고를 카드로 결제했는데 배송받지 못했다. 아이가 다니던 문화센터 강좌도 갑자기 중단됐다. 그런데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다시 열어줬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렇다면 기다리면 배송과 수업이 정상화되는 걸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환불부터 요구해야 할까.

홈플러스가 파산 문턱에서 일단 한발 물러섰다. 서울회생법원은 7월 21일 홈플러스에 내렸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 3일 사실상 청산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홈플러스가 다시 회생을 시도할 시간을 얻은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주요 카드사들이 홈플러스에 지급해야 할 카드 매출대금을 보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국 점포가 임시휴업에 들어간 뒤 가전제품 미배송과 문화센터 이용권 환불 등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였다.

소비자가 카드로 100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면 카드사는 통상 홈플러스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이후 소비자의 결제일에 돈을 받는다. 그런데 상품이 배송되지 않아 소비자가 결제를 취소하면 카드사는 먼저 환불한 뒤 홈플러스에서 그 돈을 회수해야 한다. 홈플러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 카드사가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카드사들이 매출대금을 묶은 것은 바로 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부 카드사는 전체 대금이 아니라 결제 취소 가능성이 있는 금액만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의 조치는 홈플러스가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는 확정 판정이라기보다, 대규모 환불에 대비해 돈을 확보해 둔 것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상황을 바꾼 것은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이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을 실행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지난 3일까지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자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이후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대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대출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는 이 자금 확보를 근거로 즉시항고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회생절차가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주의할 부분이 있다. 회생절차가 재개됐다는 것은 홈플러스가 정상기업으로 돌아왔다는 뜻이 아니다. 당장 파산으로 가는 문이 닫혔을 뿐, 회사를 다시 살릴 수 있는지는 앞으로 마련할 회생계획과 채권자들의 동의에 달려 있다.

2,000억원 역시 홈플러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돈은 아니다. 직원 급여와 점포 운영비, 협력업체에 지급할 상품대금 등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자금에 가깝다. 상품 공급이 끊기고 소비자가 떠나 매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자금을 투입해도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

홈플러스가 회생하려면 매장 문만 다시 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납품업체가 다시 상품을 공급하고, 카드사가 결제와 정산을 정상화하며, 소비자가 상품권과 포인트를 믿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밀린 배송과 환불을 신속하게 처리해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이미 결제한 돈이다. 이번 법원 결정만으로 모든 주문과 이용권이 자동으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7월 21일 현재 홈플러스의 구체적인 점포별 영업 재개일과 배송 재개 일정, 문화센터 운영 일정은 모두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가전제품을 주문하고 배송받지 못했다면 주문번호, 결제일, 배송 예정일과 상담 내용을 먼저 보관해야 한다. 카드로 할부 결제했다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카드사에 결제 취소나 할부금 지급 중단 가능성을 문의할 수 있다. 일시불 결제도 홈플러스 고객센터뿐 아니라 해당 카드사에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화센터 이용권은 남은 수업 횟수와 결제 영수증을 확인해야 한다. 상품권과 포인트도 무조건 서둘러 헐값에 처분하기보다 홈플러스가 발표할 사용 재개 범위와 환불 방침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회생절차가 재개됐으니 이제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환불 신청을 취소하는 것도 이르다.

반대 의견도 있다. 홈플러스가 전국적인 점포망과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2,000억원의 운영자금까지 마련한 만큼 영업만 정상화되면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대형 유통망이 갑자기 사라질 경우 직원과 입점업체, 납품업체, 지역 상권이 함께 피해를 입기 때문에 채권자들도 청산보다 회생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회생절차는 기업에 시간을 주는 제도이지 성공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앞으로 점포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채무 조정 과정에서 일부 점포가 폐점하거나 서비스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홈플러스가 살아남더라도 과거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수 있다.

소비자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오늘은 홈플러스 앱과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주문·배송·상품권 상태를 확인하고 관련 화면을 저장해야 한다. 이번 주에는 이용 중인 카드사에 미배송 상품과 중단된 서비스의 취소 절차를 문의해야 한다. 이번 달에는 홈플러스가 발표할 점포별 영업 재개 일정과 법원의 회생계획 진행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파산 문턱에서 돌아왔지만 아직 완전히 살아난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도, 지나친 공포도 아니다. 내 돈이 들어간 주문과 이용권이 있다면 회사의 회생 소식보다 먼저, 내가 실제로 배송받거나 환불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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