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홍명보 “청문회 부르면 가겠다”…월드컵 참사 뒤 무엇을 말할까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경기장이 아니라 국회다. 홍 전 감독은 최근 홍명보장학재단 관계자를 통해 국회 청문회가 열리면 참석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부르 면 가겠다.” 짧은 말이지만 파장은 작지 않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탈락 이후 감독 사퇴로 끝나지 않는 후폭풍을 겪고 있다. 대표팀 성적에 대한 실망은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방식과 감독 선임 과정, 월드컵 준비 과정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다. 국회에서는 오는 22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홍 전 감독이 실제로 출석한다면 월드컵 탈락 이후 처음으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여러 질문에 직접 답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홍 전 감독은 월드컵에서 한국이 32강 진출에 실패한 뒤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월드컵에서도 32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홍 전 감독은 당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한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다.” 그는 2027년 아시안컵까지 계약이 남아 있었지만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났다. 그러나 감독의 사퇴가 모든 질문을 끝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다. 한국 축구의 실패는 정말 감독 한 사람의 전술과 선수 기용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감독 선임부터 대표팀 운영까지 이어진 축구협회의 구조적 문제가 결국 월드컵에서 드러난 것일까.

홍 전 감독은 지난달 30일 귀국한 뒤 이틀 만인 2일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당시 그는 대표팀 내부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부인하면서 자신에게도 할 이야기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당시 청문회 출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귀국 시기를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 전 감독이 논란을 피해 미국으로 떠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그의 입장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회가 실제로 부른다면 출석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문회가 열린다면 무엇을 물어야 할까. 가장 먼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2024년 감독 선임 과정이다. 홍 전 감독의 대표팀 복귀는 출발부터 논란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홍 전 감독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절차가 공정했는지, 감독 후보들을 평가한 기준이 일관됐는지를 두고 거센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국회 현안질의에서도 감독 선임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홍 전 감독은 이미 한 차례 국회에 출석해 자신의 선임 과정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월드컵에서 기대했던 결과까지 나오지 않으면서 과거의 논란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선임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반대로 처음부터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는가. 이번 청문회가 열린다면 이 두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월드컵 준비 과정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역대급 선수층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있었고, 월드컵 경험이 풍부한 핵심 선수들도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단순히 경기 결과만 놓고 감독의 책임을 묻는 것은 쉽다. 하지만 청문회라면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선수단 구성과 전술 준비는 충분했는지, 축구협회는 감독에게 필요한 지원을 했는지, 대표팀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시스템이 작동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특히 월드컵 탈락 이후 대표팀 내부를 둘러싼 여러 주장이 쏟아졌다. 홍 전 감독은 출국 당시 일부 선수의 규율 위반설과 선수단 내분설을 부인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방식으로 확산되는 데 대해서도 강한 불편함을 나타냈다. 그는 선수들을 보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부분은 청문회가 열린다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대표팀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없었다면 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왔는가. 그리고 축구협회는 선수와 감독을 둘러싼 혼란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다만 청문회가 또 하나의 공개 비난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필요하다. 월드컵에서 졌다는 이유만으로 감독을 국회에 불러 전술과 선수 교체를 따지는 것은 국회의 역할과 거리가 있다. 어떤 선수를 왜 선발했는지, 왜 특정 전술을 사용했는지는 감독의 전문적인 판단 영역이다. 국회가 감독의 전술을 심판하기 시작하면 청문회는 책임 규명이 아니라 여론 재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의 방향이 중요하다. “왜 그 선수를 썼느냐”가 아니라 대표팀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 구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왜 경기에서 졌느냐”가 아니라 월드컵 실패를 막기 위해 축구협회가 어떤 준비와 지원을 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홍명보 개인의 잘못을 찾는 것보다 한국 축구의 시스템이 왜 반복해서 흔들리는지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감독 한 명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홍 전 감독은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감독을 바꾼 뒤에도 같은 방식으로 감독을 선임하고, 같은 방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한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큰 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감독에게 책임을 묻고 새로운 감독을 찾았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체계가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번 월드컵 탈락 이후에도 이미 홍명보 전 감독은 물러났다. 감독 선임을 이끌었던 축구협회 인사들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람은 바뀌고 있다.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시스템도 바뀌는가다. 홍 전 감독의 “부르면 가겠다”는 말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청문회에서 자신을 방어할지,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를 공개할지, 축구협회 운영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실제로 청문회가 예정대로 열릴지, 홍 전 감독에게 출석 요구가 전달될지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그가 반드시 국회에 출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문회가 열린다면 이번에는 질문이 달라야 한다. 홍명보는 왜 실패했는가. 그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축구는 왜 한 번의 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감독 한 사람을 내보낸 뒤 다시 같은 논란을 반복하는가. 홍명보 전 감독은 월드컵 실패의 책임을 지고 이미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제 그가 국회에 선다면 한국 축구가 물어야 할 것은 한 사람의 책임만이 아니다. 감독이 떠난 뒤에도 남아 있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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