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사려면 그동안 별도 거래소에 가입하고, 계좌를 만들고, 입출금 절차를 따로 밟아야 했다. 그런데 이르면 내년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정부가 증권 계좌 하나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이른바 ETF를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2024년 1월 처음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지 꼭 2년 만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오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ETF가 담을 수 있는 자산을 통화나 농축수산물 같은 일반상품으로 한정해 놓았다. 가상자산은 이 목록에 아예 없었다. 법적으로 근거가 없으니 아무리 운용사가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구조였다.
현물 ETF와 그동안 논의됐던 선물 ETF는 완전히 다른 상품이다. 선물 ETF는 미래 시점에 사고팔기로 약속한 계약을 담는 반면, 현물 ETF는 운용사가 실제로 비트코인을 사서 펀드 안에 보관한다. 그래서 가격도 실제 시세를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처럼 증권 계좌에서 매매만 하면 되는 셈이다.
돈의 흐름을 보면 이 변화가 왜 중요한지 더 명확해진다. 미국에서는 2024년 첫해에만 비트코인 현물 ETF로 350억달러, 우리 돈으로 4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그동안 규제 때문에 코인 투자를 꺼리던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 자금까지 시장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지금은 개인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를 통해 우회 투자하거나,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했다. ETF가 상장되면 이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30대 직장인 B씨의 경우를 보자. B씨는 몇 년 전부터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었지만, 거래소 가입 절차와 세금 신고 방식이 낯설어 투자를 미뤄왔다. 만약 비트코인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된다면, B씨는 이미 쓰고 있는 증권 계좌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듯 매수 버튼만 누르면 된다. 별도 지갑을 만들거나 개인키를 관리할 필요도 없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국회거래소가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ETF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김치 프리미엄 해소와 선물 시장 개설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초자산 가격도 국내 거래소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거래소 시세를 반영한 지수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조작이나 유동성 부족을 막을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구체적인 상장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고, 이후 금융위원회가 상품 구조와 수탁 방식 등 세부 기준을 정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하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해졌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다, 이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이전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지금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건 국회 논의 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법 개정 시점과 첫 상장 상품이 어떤 자산운용사에서 나올지, 그리고 기존 코인 투자와 세금 처리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까지 함께 확인해 두면 실제 상장 시점에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가상자산 세금, 이번엔 진짜 걷힐까…내야 할 돈은 얼마나 될까 – 디지털자산인사이트 | Digital Asset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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