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까지 흔들렸다…중국의 ‘값싼 AI’가 반도체 시장을 뒤집나

거침없이 오르던 AI 반도체 주가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월 17일 전날보다 1.6% 하락하며 6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통상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 주가도 3.5% 떨어지면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AI 시대의 가장 확실한 승자로 평가받던 반도체 기업들에 갑자기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시장을 흔든 직접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는 중국 문샷AI가 공개한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키미 K3’다. 키미 K3는 거대한 규모와 높은 코딩 능력을 갖추면서도 외부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모델을 앞세웠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단순히 중국에서 성능 좋은 AI가 나왔다는 사실이 아니다. 값비싼 폐쇄형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업이 충분한 성능의 AI를 훨씬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동안 AI 산업의 성장 공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더 성능이 좋은 모델을 만들려면 더 많은 GPU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 같은 기업이 투자를 늘릴수록 엔비디아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매출도 계속 증가한다는 논리였다. 이 기대를 바탕으로 반도체 주가는 실제 실적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저렴한 개방형 AI 모델이 고가의 상용 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내기 시작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기업들은 무조건 가장 크고 비싼 모델을 사용하기보다 필요한 업무에 맞는 작은 모델이나 오픈소스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고객 상담과 문서 분류, 사내 검색, 간단한 프로그램 작성처럼 모든 작업에 최고 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는 비용이 훨씬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직원 100명 규모의 소프트웨어 기업 A사가 사내 문서 검색과 코딩 지원을 위해 AI를 도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전에는 유명 AI 기업의 모델을 사용하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이 가장 간단했다. 그러나 비슷한 성능의 개방형 모델을 자체 서버나 저렴한 클라우드에서 운영할 수 있다면 A사는 모델 이용료와 데이터 전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보안이 중요한 내부 자료를 외부 업체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생긴다.

이러한 변화가 확산되면 AI 시장의 돈이 이동할 수 있다. 소수의 초대형 모델 기업과 최첨단 GPU에 집중되던 지출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최적화, 보안, 데이터 관리와 소형 서버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AI 산업 자체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이 발생하는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반도체 기업의 주식을 줄이고 소프트웨어와 금융, 헬스케어처럼 AI를 활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키미 K3 하나 때문에 반도체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반도체지수는 조정 이후에도 올해 들어 60% 이상 오른 상태다.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빠르게 상승한 만큼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날 조건이 이미 형성돼 있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율이 앞으로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과 높은 기업가치 부담이 겹쳤고, 중국의 저비용 AI 모델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운 촉매가 됐다.

핵심은 AI 투자가 줄어드느냐가 아니라 투자 증가 속도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느냐다. 주요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투입하는 금액은 여전히 막대하지만 매년 같은 속도로 늘리기는 어렵다. 발전소와 송전망, 냉각설비, 부지 확보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소비와 환경 문제를 이유로 신규 시설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성장하더라도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속도보다 낮으면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

반론도 있다. AI 모델의 이용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AI를 사용하면서 전체 연산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자동차 연비가 좋아져도 자동차 사용이 늘면 전체 연료 소비가 감소하지 않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저렴한 모델이 확산돼 수백만 개의 서비스에 탑재되면 모델 하나를 실행하는 비용은 줄어도 전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는 더 커질 수 있다.

키미 K3처럼 거대한 모델을 개발하고 훈련하는 과정에도 막대한 연산 장비가 필요하다. 개방형 모델은 이용자가 직접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용 GPU와 서버 수요를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값싼 AI가 등장했으니 반도체 수요가 사라진다’는 결론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지금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반도체 수요의 소멸이 아니라 고가 장비에 집중된 수익 구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다.

한국 기업에도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아왔다. 초대형 모델 경쟁이 둔화하면 최첨단 HBM의 성장 기대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저렴한 AI가 기업과 개인 기기까지 확산되면 데이터센터용 메모리뿐 아니라 서버용 D램, 기업용 저장장치,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앞으로 시장이 봐야 할 것은 새로운 AI 모델의 발표보다 실제 기업들의 지출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가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유지하는지, GPU 주문이 실사용 증가로 연결되는지, AI 서비스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사가 AI를 이용해 실제 수익을 만들지 못하면 어느 순간 투자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반도체 주가 하락은 AI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라기보다 시장의 질문이 달라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지금까지는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했는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AI를 운영하고 실제 수익을 만드는지가 중요해진다. 중국의 값싼 AI가 반도체 산업을 무너뜨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비싼 장비를 많이 사는 기업이 무조건 승자가 되는 시장은 서서히 끝나고 있다.

밤에는 싸고 낮에는 비싸게…가정용 전기요금, 결국 시간제가 되나 – 디지털자산인사이트 | Digital Asset Insight

🎧 오늘의 힐링 음악

좋은 정보만큼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소중합니다.

따뜻한 음악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내세요.

공부, 독서, 작업 그리고 휴식을 위한
음악을 만나보세요.

▶ Soneive 음악듣기

※ 안내

본 글은 디지털 자산과 금융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교육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 권유를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

© Digital Asset Ins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