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200달러 미만의 소액 결제를 하면 세금을 아예 물리지 않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커피 한 잔, 점심 한 끼 값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때마다 가격 변동분에 대한 양도소득세 신고서를 써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스테이블코인도 가상자산으로 분류돼 결제할 때마다 가격 차익을 계산해 세금 신고를 해야 했다. 커피값 5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냈는데 그 코인의 가치가 산 시점보다 1센트라도 올랐다면 이론상 그 차익도 신고 대상이었다.
이 변화를 이끌고 있는 건 미국 하원의 ‘디지털 자산 패리티 법안(Digital Asset PARITY Act)’이다. 공화당 맥스 밀러 의원과 민주당 스티븐 호스퍼드 의원이 함께 발의했고, 둘 다 세금 문제를 다루는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이다. 여야가 함께 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돈의 흐름으로 보면 이 법안은 세 그룹에 서로 다르게 작용한다. 먼저 스테이블코인을 일상 결제에 쓰려는 소비자는 세금 신고 부담이 사라져 이득이다. 개정안은 납세자가 산 가격이 코인을 되팔 때 가치의 99% 이상이기만 하면 손익 자체를 인식하지 않도록 했다. 사실상 오차 범위 안의 가격 변동은 세금 계산에서 빼주겠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스테이킹으로 코인을 벌어들이는 사람들도 유리해진다. 보상을 받는 즉시 세금을 매길지, 아니면 최대 5년까지 미룰지를 본인이 고를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로 규제 당국과 거래소는 부담이 는다. 주식시장에만 있던 ‘워시세일(가장매매)’ 규정을 암호화폐에도 적용해, 손실만 인식하려고 일부러 팔았다가 되사는 절세 꼼수를 막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이 국내 투자자와 무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2% 세율을 매기는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이 소액 결제와 스테이킹 세금을 풀어주는 쪽으로 가는 사이, 국내는 과세 여부와 세부 기준을 놓고 여야 합의조차 안 된 상태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미국 상원이 올해 선거 전에 관련 입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논의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해외 클라이언트에게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받는 30대 B씨는 매번 입금될 때마다 환율과 코인 가치를 따로 기록해 왔다. 건별로 몇천 원 단위 차익까지 계산해야 했던 이유는 명확한 소액 면세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식으로 소액 결제 비과세 기준이 자리 잡으면, 이런 실무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패리티 법안이 실제로 하원 표결까지 가는지 여부다. 둘째, 미국의 클래리티법 처리 시점에 따라 이 세제 개편 속도도 함께 늦춰질 수 있어 두 법안의 진행 상황을 같이 봐야 한다. 셋째, 국내에서도 내년 시행을 앞두고 소액 결제나 스테이킹에 대한 별도 완화 기준이 나올지가 핵심이다. 지금은 미국과 한국의 방향이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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