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경쟁자다. 스트라이프는 결제 시장을 바꾸려 하고 있고,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거래소다. 여기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글로벌 기술 기업들까지 서로 다른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갑자기 하나의 돈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 140개가 넘는 금융·결제·기술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Open USD’를 추진한다.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다. 처음 보면 이상한 조합이다. 비자는 이미 세계 최대 결제망을 가지고 있고, 마스터카드도 자체 결제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코인베이스는 기존 스테이블코인 USDC와 깊게 연결돼 있다. 굳이 이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누가 가장 큰돈을 벌고 있는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사실상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가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코인을 디지털 달러처럼 사용하지만, 발행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거대한 수익 사업이다. 스테이블코인 회사는 이용자가 맡긴 1달러를 받고 1개의 디지털 달러를 발행한다. 그 돈은 그대로 금고에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된다. 그리고 여기서 이자가 발생한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되면 준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용자는 1달러를 맡기고 1달러짜리 코인을 받지만, 그 돈에서 나오는 수익은 대부분 발행사가 가져가는 구조다.
테더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140개 기업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돈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가장 큰 수익은 발행사에 넘겨줬다. 결제회사가 스테이블코인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거래소가 유통을 돕고, 핀테크 기업이 서비스를 만들어도 준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테더나 서클 같은 발행사의 몫이었다. Open USD는 이 구조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기업들은 Open USD를 자유롭게 발행하고 상환할 수 있으며, 준비금 운용에서 발생한 수익은 관리 비용을 제외한 뒤 참여 기업들과 나누는 구조를 내세웠다.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한 회사가 가져가던 스테이블코인의 돈을 생태계를 키운 기업들이 함께 나누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코인 하나가 등장하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망에 연결하고, 스트라이프가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며,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가 유통을 맡는다면 처음부터 거대한 사용처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코인을 만들고 이용자를 모았다면, Open USD는 이미 이용자와 결제망을 가진 기업들이 먼저 모여 돈을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서클의 주가가 발표 직후 크게 흔들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Open USD 발표 당일 서클 주가는 17% 넘게 급락했다. 시장은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하나의 등장이 아니라, USDC의 수익 구조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본 것이다. 특히 Open USD 진영에는 흥미로운 기업이 하나 있다.
코인베이스다. 코인베이스는 오랫동안 서클의 USDC 성장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어왔다. 그런데 그런 코인베이스가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이 장면은 지금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들은 더 이상 하나의 스테이블코인에만 의존하려 하지 않는다. 앞으로 디지털 달러가 결제와 송금, 기업 간 거래의 핵심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각자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140개 기업이 모였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신뢰와 유동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USDT와 USDC는 이미 전 세계 거래소와 지갑, 결제 서비스에 연결돼 있다.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이 이 네트워크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 참여 기업이 많다는 점도 반드시 장점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140개 기업이 의사결정을 함께해야 한다면 오히려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준비금을 누가 관리하고, 수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며, 각국의 규제를 어떻게 통과할지도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Open USD의 진짜 경쟁력은 이름 있는 기업의 숫자가 아니다. 이 기업들이 실제로 자신들의 결제망과 서비스 안에서 Open USD를 사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비자가 결제에 연결하고, 스트라이프가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며, 코인베이스가 거래를 지원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스테이블코인 역사상 처음으로 기존 금융과 기술 기업들이 가진 거대한 유통망이 하나의 디지털 달러를 밀어주는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만들고 전통 금융이 뒤따라가는 시장이었다. Open USD는 그 순서를 뒤집으려 한다. 결제회사와 은행, 기술기업, 자산운용사, 암호화폐 기업이 처음부터 함께 돈을 만들고 그 돈에서 발생하는 수익까지 나누겠다는 것이다.
140개 기업이 갑자기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기로 한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디지털 달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시장의 이익을 더 이상 테더와 서클만 가져가게 두고 싶지 않은 것이다. Open USD가 USDT와 USDC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스테이블코인 전쟁은 이제 코인 회사들끼리의 싸움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결제회사와 금융회사, 기술기업들까지 ‘누가 미래의 디지털 달러를 지배할 것인가’를 두고 같은 전쟁터로 들어오고 있다.
“비트코인 끝났다더니”…6만4천 달러까지 다시 오른 진짜 이유 – Digital Asset Insight
🎧 오늘의 힐링 음악
좋은 정보만큼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소중합니다.
따뜻한 음악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내세요.
공부, 독서, 작업 그리고 휴식을 위한
음악을 만나보세요.
본 글은 디지털 자산과 금융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교육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 권유를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
© Digital Asset Ins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