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일자리부터 노린다…10년 뒤 연 25만6000개 사라질 수 있다

회사에서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고객 문의에 답하는 직장인 A씨. 아직 자신의 일을 AI가 완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 내려야 하고, 거래처와의 관계도 챗봇이 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AI를 도입한 뒤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다섯 명이 하던 자료 정리를 세 명이 처리하고, 퇴사자가 생겨도 새 직원을 뽑지 않는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모습은 영화처럼 로봇이 어느 날 사무실에 들어와 사람을 몰아내는 장면과 다를 수 있다. 당장 해고하지 않더라도 신규 채용을 줄이고, 한 사람이 맡는 업무를 늘리며, 일부 직무를 외주나 단기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고용이 서서히 감소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가 22일 발표한 ‘AI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은 이 변화가 예상보다 넓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AI 기술로 일부 업무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국내 전체 직업의 72%로 추산됐다. 10년 뒤에는 연간 약 25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024년 전체 취업자의 약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직업의 72%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의 직업은 여러 업무로 구성된다. 회계사가 고객의 상황을 판단하고 세무 전략을 세우는 일은 남더라도 영수증 분류와 자료 입력, 정형화된 보고서 작성은 AI가 대신할 수 있다. 기자의 취재와 판단은 사람에게 남아 있어도 녹취 정리와 기사 초안 작성은 자동화될 수 있다.

더 주목할 부분은 AI의 충격이 공장 단순노동보다 사무실에서 먼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과 정보통신, 경영·사무처럼 디지털 정보를 처리하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판단하는 직군에서 자동화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10년 뒤 고용 감소 압력도 전문가와 사무직, 판매직 등 중·고숙련 직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동안 자동화는 조립이나 포장처럼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먼저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생성형 AI는 이 순서를 뒤집고 있다. 컴퓨터 안에서 이뤄지는 업무는 별도의 로봇이나 공장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만으로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 작성과 번역, 분석, 상담처럼 대졸 사무직이 담당하던 업무가 오히려 AI와 연결되기 쉽다.

반대로 대면서비스와 사회복지처럼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직군은 자동화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간병인이 환자의 불안을 살피거나 사회복지사가 위기 가정의 사정을 판단하는 일은 정답이 정해진 정보처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AI가 지식이 필요한 일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할 수 있는 업무부터 가져가는 셈이다.

기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고 곧바로 사람을 교체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AI 도입 비용과 절약할 수 있는 인건비를 비교한다. KDI 분석에서 현재 기술과 비용을 기준으로 실제 경제성이 있는 자동화 규모는 일자리의 1.4%, 매출액의 1.8% 수준이었다. 가능성은 72%에 달하지만 당장 돈이 되는 자동화는 일부라는 뜻이다.

문제는 앞으로 AI의 성능이 높아지고 이용료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KDI는 10년 뒤 AI 자동화의 영향을 받는 경제 규모가 일자리 기준 8.1%, 매출액 기준 10.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지금은 사람을 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기업도 비용과 정확도가 역전되면 빠르게 AI로 이동할 수 있다.

기업에는 강력한 유혹이 있다. KDI가 기업 재무자료와 AI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AI를 도입한 기업은 상용근로자 1인당 매출이 약 2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이 늘어난 효과와 일부 고용조정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특히 제조와 판매 목적으로 AI를 활용할 때 생산성 개선이 두드러졌다.

AI는 단독으로 설치한다고 성과를 내는 만능 도구도 아니었다. 사물인터넷과 모바일, 빅데이터 등 다른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기업에서 의미 있는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이미 데이터를 잘 축적하고 업무를 디지털화한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제 전체로 보면 AI는 분명 성장 동력이다. KDI는 생성형 AI 확산이 향후 10년간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을 1.5~3.5%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0.15~0.35%포인트다. 같은 인력과 자본으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다면 저성장과 인구 감소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한다고 모든 근로자가 자동으로 혜택을 얻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매출은 늘어도 AI에 노출된 직종의 채용과 임금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경력이 짧은 청년은 해고보다 ‘첫 취업문이 좁아지는 방식’으로 충격을 먼저 체감할 가능성이 있다. 초급 직원에게 맡기던 자료 조사와 문서 작성, 고객 응대가 자동화되면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이유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특정 직업이 사라진다고 단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번 전망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자동화 범위, 생산성 향상 정도를 가정해 계산한 시나리오다. KDI도 미래의 기술 발전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새로운 산업과 직무가 만들어지는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밝혔다.

개인이 준비해야 할 방향은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데 있지 않다. 먼저 자신의 직업보다 매일 수행하는 업무를 나눠봐야 한다. 정해진 자료를 요약하고 일정한 형식으로 문서를 만드는 일은 AI 노출도가 높다. 반면 고객의 의도를 읽고, 결과에 책임을 지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은 사람의 가치가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크다.

AI를 피하는 사람보다 AI가 만든 결과를 검증하고 업무에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해질 수 있다. 같은 직업 안에서도 AI에 지시만 내리는 능력보다 잘못된 답을 찾아내고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해진다.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만 기다리기보다 자신의 업무에서 AI가 대체할 부분과 새롭게 맡아야 할 부분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도 재교육 강좌 몇 개를 개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라지는 업무가 무엇인지 산업별로 추적하고, 근로자가 실직하기 전에 직무를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증가로 실업급여 사각지대가 커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10년 뒤 사라질 수 있다는 25만6000개의 일자리는 확정된 미래가 아니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AI가 사람을 한꺼번에 밀어내는 날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퇴사자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신입사원 공고가 줄어드는 순간, 일자리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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